비행한 승무원들이 겪는 현상

비행한 승무원들이 겪는 이상 현상에 관한 글을 쓰고자 한다.

아마 비행을 했던 내 주변 지인이라면 공감하는 글일테다.

나는 항공운항과를 나왔고, 카타르 항공 입사는 2013년 2월에 하여 정확히 2020년 1월 1일에 한국에 입국했다.

그러니 대략 9년은 항공과 관련 된 것을 배우거나 비행했다고 보면 된다.

경험을 토대로 오랜 기간 비행하고 나서 일상 생활을 사는 승무원이 겪는 특이한 현상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카타르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카타르 항공 Q-Suite Business Class

1.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을 자는 것이 신기하다.

승무원의 비행 스케줄은 정말 뒤죽박죽이다. 개개인 마다 로스터(스케줄)도 다르고, Destination(도착지)도 다르다.

거기에 한 달에 130시간 정도 동서남북으로 비행을 하면, 몸과 정신이 박살이 나있는데, 그렇게 한 번 잠이 들면 16시간 동면 후 깨게 된다.

밤에 깨기도 하고 새벽에 일어나기도 하고, 정말 뒤죽 박죽 그 잡채.

회사가 주는 비행 스케줄에 7년을 맞춰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아침에 깨고 저녁에 자는데 정말 경이로웠다.

개운했다. 그리고 내 시간을 온전히 내가 관리하니 신기했다.

아마 이 부분은 모두 공감하지 않을까.

신체 리듬을 고려하지 않는 스케줄은 비행을 다시 돌아가기 힘든 이유 중 하나이다.

 

2. 어떤 장면, 냄새, 소리 분위기에 특정 나라에서 본 장면이 오버랩 되어 스쳐 가는 현상

한국에 와서 새벽에 일찍 안개가 낀 거리를 걷는데, 갑자기 영국의 안개와 잔디밭, 새벽에 걸어서 열차를 탔던 순간이 오버랩 되었다.

그런데 그냥 생각이 드는게 아니고 꼭 그 장면이 오버랩 되어 지나간다.

다양한 장면으로 다양한 국가의 특정 장면이 오버랩되어 지나간다.

퇴사 후 같이 근무 했던 동갑 친구들을 만나 이 부분에 대해 얘기했는데, 서로 아 맞아! 나도 여기 유럽의 어디 같다~라고 하면 사람들이 재수없어 할 까봐 말을 못 한다고 했는데, 진짜 서로 이 부분 많이 공감했다.

 

3. 버스나 지하철 특히 비행기 같은 경우 자꾸 안전 장치와 비상 탈출구를 보게 되는 현상

승무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뿐만이 아니고 point A 에서 point B까지 승객들을 안전히 모시며 기내의 안전 장치와(safety equiptment), 기내 비행기의 안전 상태, 그리고 승객의 안녕(First-Aid)까지 챙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하도록 끊임없이 훈련을 받는다.

입사하게 되면

  • 비행기 기종, 비행기 기종마다 실리는 안전 장치와 Ground or Sea Emergency Landing 시 비상 탈출 요령을 배우게 된다.
  • First-Aid : 아픈 승객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 처치 요령과 기내에서 제공하는 약, 심폐소생술에 관한 훈련, 그리고 기장을 통해 medical team과 의사소통하며 중개 하는 역할을 배운다.
  • Fire Fighting Drills, 화재 응급 처치 능력 : 갤리에서 화재 시 혹은 폭탄 테러나 의도치 않은 라이터와 같은 화재 시 기내에 배치된 소화기와 기타 안전 장치로 불을 끄는 역할을 배운다.
  • 그리고 번 외가 바로 서비스이다…

입사 후 2~3 달 간의 교육과 모든 과목의 테스트를 통과하면 끝날것 같지?ㅎ

매번 비행 전 브리핑때 마다 해당 기종에 맞는 질문에 답변을 해야하고, 또 회사에서 업데이트 된 부분(서비스, 안전사항 공지)이 있다면 숙지하여 답해야 한다.

그리고 3달 마다 평가 비행이 있으며, 몇 달 주기로 위의 것을 리마인드 해주는 트레이닝을 받는다.

그렇다 보니 진짜 그냥 안전이 머리에 박혀 버릴 수 밖에 없음…. 승무원 직업 간접 체험 되셨나요…

그래서 누군가 갑자기 쓰러지거나, 비행기나 특정 교통 수단을 타게 되면 자꾸 확인하게 되고 둘러보게 된다.

그러나 이건 나만 이럴지도ㅋㅋ 아직 비행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다.

 

4. 국적을 굉장히 잘 맞춘다.

카타르는 중동에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위치하고 취항지도 130개가 넘은 터라 정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용한다.

그리고 일하는 동료들도 국적이 굉장히 다양하다.

그들과 일하고 또 손님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 사람들의 영어 악센트 혹은 제스처 혹은 외모에서 국적을 맞추기가 쉬워진다.

한 때 어떤 손님이 잠이 오지 않아서, 갤리에 와서 우리와 수다를 하며 국적 맞추기를 한 적이 있다.

정말 웃기게 나는 그 사람의 국적을 맞췄다. 심지어 그 분은 혼혈이셨는데 파키스탄 + 아랍국가. 이 외에도 키르기스탄이라던가 신기하게도 나는 몇 번의 힌트로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나라도 맞췄다.

정말 그 정도로 이 회사에는 너무 너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또 동료로 근무한다.

 

5. 사람들을 위한 물 잔을 따르는데 나도 모르게 일 할때 생각이 나고 서비스 플로우를 보게 된다.

가끔 놀라운 경험을 한다.

여러개의 물 잔을 따를 때 마다 갤리 생각이 난다.

비행 중 승객들을 위해 Round of Drinks 라고 기내가 건조하고 사람이 많다보니 탈진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30분 마다 물 컵에 물을 가득 채워 트레이를 들고 기내 복도를 순회한다.

그래서 이상하게 물 잔을 여러개를 채울 때 자꾸 비행 생각이 난다.

거기에 더 가관인 것은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 식음료 업종을 방문할때, 나도 모르게 서비스 플로우와 서버들을 보게 된다.

어떤 표정으로 어떤 미소를 짓고 대화하는지, 혹은 일이 엉켜서 느리다면 무엇 때문에 플로우가 느린 건지.

이 부분은 최소한 지켜줘야 하는 위생이거나 매너는 아닌 건지.

무튼 내가 하도 까다롭게 구니까 남친은 주방이 보이는 레스토랑은 매우 조심하게 된다.

나는 그냥 등 돌리고 앉아있는게 맘 편하다.

근데 생각해보니.. 칭구들아 – 이것도 나만 그래?ㅋㅋㅋ

 

6. 가끔 비행이 그리울 때가 있다가도 정신을 차리게 된다.

가끔 비행이 그립다, 여행이 그립다, 달러가 그립다 하다가도 정신을 확 차리게 된다.

비행을 너무 많이 할 때는 비행기에서 손님을 맞이 하면서도 지금 내가 어디를 가고 있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차 키 까지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 통에 버린 적도 있다.

카타르 항공은 규율이 엄격하고 일이 매우 엄격하며 비행 시간도 매우 많고, 또 실수하면 잘 자르는 항공사로 유명하다.

원 없이 비행 했고 여행했기 때문에, 그립다가도 사진만 보며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나에게 말하지.

다시 간다면 비즈니스 클래스에 승객으로 타서 갈거야-

카타르항공
카타르항공 마지막 비행지는 방글라데시었다.

 

이상 짧은 비행 일지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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