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8월 8일 소천하신 할머니를 기억하며 치룬 한국의 장례 문화에 대해 짤막한 글을 쓰려고 한다.
우리 가족이 처음 겪는 장례 문화이기도 하고, 아버지는 장손 그리고 나는 장손녀이다.
할머니는 내가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나와 동생을 2년 정도 길려 주셨고,
어렸을 적 만나 뵙던 경험과 살아온 짧고도 진한 2년을 통해 내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다음과 같다.
할머니는 항상 깔끔하게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셨고, 핑크색 혹은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셨다.
집에만 있는 것을 갑갑해 하셔서 항상 한강 산책을 하셨다.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멸치 잔치 국수는 정말 최고였다.
할머니는 콩나물 국도 매우 잘 만드셨다.
나랑 아침에 버스를 타고 여의도 교회에 가곤 했다.
가부장적이신 할아버지께서 우리에게 통금 시간을 걸어 두셔도 가끔 늦게 들어오는 우리를 이해해 주셨다.
할아버지랑 가끔 말다툼을 하시면 절대 지지 않으셨다.. ㅎ
항상 어린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셨다.
나중에 연세가 드시면서 암에 걸리시고, 침해가 오시고, 코로나를 두 번 걸리시면서, 8월 8일에 소천하셨다.
고모가 할머니가 좋아하는 찬송가 음악을 틀어주셨는데 눈물이 났다.
눈물이 났던 순간이 여러번 있었는데,
처음은 할머니 소천 소식을 들었을때,
돌아가신 그러나 평온하신 할머니의 얼굴을 뵈었을때,
통곡하는 이모 할머니의 울음을 들었을 때,
할머니의 관이 화장터 불 속으로 들어갈 때,
그리고 남은 게 뼈 몇 개 정도 였는데, 그 것마저 말 그대로 한 줌의 재가 되어 병 안에 담겨졌을 때이다.
충격적이고 가릴 수 없는 슬픔이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할머니께서 우리 가족과 가까운 용인의 교회당에 머물게 되셔서 다행이다.
할머니께 자주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스럽다.
돌아가시기 전에 영화 필름처럼 기억과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고 들었는데,
자주 찾아 뵙지 못한 나랑 내 동생들을 생각하셨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보다 아버지가 더 힘드시겠지만,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가는 인간의 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생을 마무리 지을까..? 라는 생각도 잠깐 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 외에 여러 당혹스러운 상황을 겪으며 참 생각이 많았는데,
간략히 말하자면 T와 F의 의견 차이와 싸움, 전통과 현대의 싸움, 종교의 차이 라고 말 할 수 있다.
우리 가족은 크리스쳔이고 할머니도 불교에서 크리스쳔으로 개종하셨지만,
할아버지 집안 대부분 모두 무교 혹은 전통을 지키시는 김제 출신이셔서,
3일 동안 장례식장을 떠나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제대로 자지 못하며
음주 가무를 즐기시고 고스톱을 지키시는 분들을 새벽 늦게까지 맞이하고,
그 안에서 부모님의 형제 간에 겪는 의견 차이와 사고 차이, 종교의 차이,
그리고 또 침해에 걸리신 할아버지를 보며 참 생각이 많았다.
효 그리고 장녀가 맡아야 할 책임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해본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래도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서 우리 한 명 한 명을 지켜 보고 계시겠지!
할머니 저 꼭 지켜봐주세요!
늦었지만, 할머니를 생각하는 마음, 감사와 사랑을 담아
오늘도 감사히, 즐겁게, 열심히, 의미있게, 소중히 보내는 하루가 되도록 하자.
진심으로 정성껏 마지막까지 잘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프리드 장례사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그리고 조문 온 친구들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 보낸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아픔, 충격, 그리고 그리움..
서로가 서로를 외롭게 하지 말고 할아버지께 그리고 부모님과 친지분께 자주 문안 인사를 드리자.
이상 꽃과 같은 고우시고 털털하신 할머니를 그리며, 장손녀 올림.